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의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만난 소금산

맨발나그네 2015. 3. 23. 21:53




맨발의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만난 소금산

 

● 산 행 지 : 원주 간현 소금산(343m)

● 산행일시 : 2015년 3월 22일 (日)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간현유원지 주차장-간현대교-솔개미둥지터-보리고개밭두렁-정상-404철계단-간현수련원

●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마음, 미루




▲ 산행 개념도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제공:미루님)




 요즈음들어 꽤나 게을러졌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가는 것도 있고, 또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핑계이긴하나 개인적인 일로 바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1일 해돋이를 다녀 온 후 태기산, 태백산, 영인산을 다녀왔고 그외에도 수원 근교의 산들을 걷곤 했지만 산행일기로 남기지를 못했다. 그러나 내 산행일기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몇몇 지인들로부터 요즘 산에 안가느냐?” “글쓰기를 접었느냐?” 등의 지청구를 들을 때마다 졸필이건만 내 글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산행일기 쓰기에 게을러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들머리에서


 

 강원도 원주에는 치안산이라는 걸출한 산이 있기에 작지만 그동안 다녀 온 감악산, 미륵산과 오늘 산행지로 잡은 소금산 등이 상대적으로 푸대접 받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감악산 ( 산행기 가기 ☞ http://blog.daum.net/yooyh54/517 ), 미륵산 ( 산행기 가기 ☞ http://blog.daum.net/yooyh54/575) 도 아주 산세가 아름다운 산 들 이었다. 오늘 산7000산악회가 시산제를 치루는 산으로 정한 소금산도 소금강산의 줄임말로 소금산이라고 한다하니 이미 여러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매력을 지닌 산임에 틀림이 없다.

 가끔은 꽃샘추위로 변덕을 부리기도 하지만 이젠 완연한 봄이다. 좋은 봄날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금산(343m)과의 운우지정을 나누기 위해 집을 나선다. 수원에서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간현유원지 주차장을 들머리로 소금산의 품에 안긴다.


▲   올해들어 첫번째 맨발걷기여서인지 포장도로를 걷기가 좀 버거웠다


▲   그리 가파르지않은 소금산길


▲   계절이 봄임을 알려주는 생강나무꽃(일명 동백나무꽃)


 

  겨울동안 못해 본 맨발걷기를 위해 등산화를 벗어 배낭에 갈무리를 하고 걷기시작인데 초입에는 포장도로가 약간있어 발바닥이 처음부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리 길지않은 포장도로가 끝나고 다시 산길에 접어드니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따라 걸으니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30여분이나 걸었을까... 옛날 계단식으로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던 보릿고개 밭두렁 표지판과 조우한다. 지금이야 약간의 계단식 모양만 남아있는 잡목으로 우거진 숲이지만 이 산꼭대기까지 올라와 밭을 일구어 춘궁기를 이겨내야 했던 옛사람들의 애환이 짠하게 스쳐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걷자니 바위오름터 표지판을 만나고 그곳에서 다시 간현유원지의 아름다운 절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   소금산 정상


▲   소금산의 철계단


▲   소금산의 철계단


▲   강변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과 S자로 휘돌아가는 강



 그렇게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산길을 일행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있자니 금새 소금산 정상이다. 인증샷도 남기고 준비해 온 과일과 음료를 나눠 마시고는 다시 길을 떠난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자니 쉼터가 있고 곧 소금산의 명물인 90도 수직 철계단이 나타난다. 아마 대둔산의 철계단보다 더 직각으로 세워진 철계단 같다. 하지만 이 철계단에서 바라보는 간현유원지의 경관은 매우 아름다워 이 산의 이름이 왜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우는지에 대한 답을 하는 것 같다.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그 사이를 S자로 휘돌아가는 강의 모습은 지난해 11월 다녀 온 정선의 백운산에서 바라 본 동강과 엇비슷하다. 이런 S라인 협곡을 지리학적으로는 사행천(蛇行川,Meander) 이라하고 계곡 사이를 흐르는 강물의 차별침식에 의해 만들어 지는 지형이라 백과사전은 말해준다. 산을 휘돌아 흐르는 강줄기는 보는이에 따라 뱀이 되기도 하고 여인의 몸매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정선 백운산과 동강에서도 느낀바 이지만 이곳 섬강과 소금산과의 모습은 진하게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그동안 비가 별로오지 않아 수량이 적은게 흠이긴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   간현에서 만난 정철의 관동별곡


 

 그렇게 풍광에 취해 어려운줄 모르게 철계단(404계단이라 함)을 내려오니 다시 부드러운 산길로 이어지다 간현국민관광지에 이른다. 송강 정철이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강원도내의 관동팔경을 포함하여 여러 곳을 유람한 뒤 그 여정과 산수, 풍경, 고사, 풍속 및 자신의 소감 등을 읊은 노래인 관동별곡“흑수를 돌아들어 섬강(蟾江)은 어드메뇨 치악(稚岳)은 여기로다라고 읊은 아름답고 유서 깊은 섬강을 끼고 있는 간현유원지이다. 간현협곡이 길게 펼쳐지고 그 사이를 섬강이 흐르는 천혜의 승경(勝景)이다. 그러고 보니 관동별곡의 작가 송강 정철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누구는 그가 쓴 가사문학을 보고 한국의 셰익스피어라 칭송하기도 하고, 누구는 서인의 영수였던 정치인 정철에 대해 청렴하고 강직하며 백성들을 위해 옳은 소리만 하는 군자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대립파인 동인의 갈래인 북인 측에서 쓴 선조실록에서는 그를 성품이 편협하고 말이 거칠며 경망하고 농담과 해학을 지나치게 좋아한다라고 묘사했다하니 어느것이 진실인지 궁금하다. 어째거나 이즈음 K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징비록에서 서인의 영수인 정철(선동혁 분)과 동인의 영수 이산해(이재용 분)을 보고 있노라니 요즈음의 정치판과 어찌 그리도 판박이인지.....



▲   참치 한마리가 제상을 찾이한 산7000산악회의 시산제 상차림


▲   산악인의 선서 중인 회원들


▲   음복을 위해 해체중인 참치


▲   음복중인 회원들

 

 

 이런 저런 생각속에 간현협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고있자니 어느덧 날머리이자 오늘 시산제 장소인 간현수련원이다. 7000산악회의 시산제에서 매년 빠지지 않고 참치가 제물로 오르니 이는 회원중에 길상참치라는 참치집을 운영하는 정종원사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는 제상에 웬 참치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영남지방에서는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돔배기라는 상어고기나 고래고기를 제물로 쓰고 있다고 하니 참치도 제물로 쓰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어째거나 제물로 쓰였던 참치를 분해하여 음복을 하니 회원 90여명이 제법 배불리 참치를 시식할 수 있는 자리였다. 3월 중순이나 되어서 하는 시산제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떨떠름하다. 하지만 여러 회원들이 모여 안전한 산행과 소망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음복을 하는 축제이자 잔치날이니 그냥 즐길뿐이다. 소금산과의 운우지정 뒤 끝에 참치와 오리백숙을 안주삼아 먹고 마시니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기에 충분하다.



▲   2차 뒤풀이를 빛내주신 분들


 

수원에 일찍 도착하여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몇몇이 2차 뒤풀이 장소인 태백산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술이 두어순배 돌고 흥이 나니 일행중의 한 분인 배효철님이 권주가를 멋들어지게 뽑는다. 권주가 중간 중간 다시 흥에 못이겨 술잔을 기울이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일행중에 국악문화센터의 민요 선생님이 한 분 있었는데 그 분이 다시 권주가를 이어 받으니 그야말로 흥에 겨워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정말 환상적인 술자리라고 말 할 수 밖에...........





 오늘도 소금산이라는 아름답고 걸출한 여인(山)과 운우지정을 나누고 시산제의 음복이라는 이름으로, 수원에 도착해서는 만나면 항상 즐거운 산벗들과 권주가와 함께 유하주(流霞酒 : 신선들이 마신다는 술)를 마시니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이 되기도 하고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음료)이 되기도 한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성직자였던 마르틴 루터는 "술과 여자와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일생동안 어리석은 자로 남는다"라고 하였다 하니 그저 어리석은 자로 남지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 하루인 것을.........


( 댓 글 )

                                 

좋은친구 15.03.25. 23:16
궁굼했습니다
늘 이공간을 불을 밝혀주시는 분이었는데
누구하나 들어다보는이 없고
관심있는 이하나 없고
해서 이공간을 접었나보다 했습니다
저도 접을까 생각중이었는데
그런데 긴 침묵을 깨고
다시 등불을 밝혀주시니 감사드림니다

지기호 15.03.29. 10:33
친구가 올려놓은 시진을 보니
몇년전에 친구들과 소금산에 다녀온 기억들이 ~~ 솔솔 봄 바람을 타고 떠 ~오르는 군요.
저~ 붉은 철계단을 타고 뒤로 내려오던 여친구들 볼만 했었지 ㅋㅋㅋ
그때 내려와서 여자남자 섞어서 축구 시합도 했던 기억들이.....
친구덕에 옛추억을 ㄸ~ 올려 봤네요.
 
이분재 15.04.18. 09:14
언제나 변함없이 산을 찾고 또 좋은글을 올려주는 "윤희"친구의 끈기에 찬사를 보내요....

이원수중21 15.03.25. 20:08
멋진글과 사진 즐감하고 갑니다.
 
홍순근18.19 15.04.17. 22:51
시산제 즐감했습니다.
참치회 군침도네요...ㅎ
안산 하십시요. 

따스한마음(회장) 15.03.24. 07:05
다시금 그날에 추억을 되살리며 소금산으로 나래를 펴게하네요
산행후 찬찬히 음미하며 읽을수있는 산행기에 오늘도 매로되어 한참을 머물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일등 왕펜으로 쭈욱 다음 산행기도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ㅎㅎㅎ
 
하늘정원 15.03.24. 07:52
너무 감동적입니다요
뒤풀이 눈으로 안보아도 본듯
합니다 이런 열정적인 친구들이
많아서 규범 회장님은 힘이나겠습니다
함께할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풍류 15.03.24. 07:54
뒷풀이두 해주구 ㅎ
 
블루베리 15.03.25. 16:46
정성을 다한 시산제 준비하신 임원진및회장님 수고마니했어요. 더 멋진 산칠7000산악회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한치재 15.04.09. 12:32
감사히 보고 갑니다.저도 어리석게 살지 않을려고 자주 버둥거려 봅니다 

큐니

시산제하셨네요..^^ 보기좋습니다. 2015.03.24 12:45

  • 우표

    글이재밋냉..ㅋㅋ잘바습니다 2015.03.24 13:02

  • 도연

    참치+_+ 2015.03.24 13:26

  • 수리수리얍

    발 안다치게 조심하셔요^^ 2015.03.25 11:47

  • 요조

    어리석은 자로 남지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 하루..ㅋㅋ센스가 넘치시네요! 2015.03.25 12:01

  • 마테우스

    나그네님, 잘보고가요ㅎㅎ 2015.03.25 21:23

  • 바로

    유쾌한 모습 머싯네요.ㅎ 2015.03.26 11:27

  • 구리구리

    철계단이 위태롭넹..조심..해야게서요.. 2015.03.26 12:19

  • 빼빼로씨

    좋은 산. 좋은 글. 좋은 사진. 잘봤습니다. 2015.03.26 12:37

  • 미니언 

  • 맨발산행기분조치요 2015.03.27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