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트래킹 일기) 맨발나그네되어 김삿갓풍류길과 천보산을 걷다

맨발나그네 2021. 11. 2. 00:03

● 언 제 : 2021년 10월 30일
● 어 디 를 : 천보산(423m)
● 코 스 는 : 회암사지박물관~회암사지~회암사~천보산~회암고개
● 누 구 랑 : 우리길 고운걸음
● 사 진 은 : 발길, 맨발나그네

 

▲ 양주 숲길 안내도

 

이번 트래킹은 양주(楊州)의 회암사지박물관~회암사지(檜巖寺址, 사적 제128호)~회암사~천보산(天寶山)~회암고개에 이르는 길이다.
수원에서 덕정역까지 전철로 2시간반, 다시 택시로 환승하여 10여분을 달리니 회암사지박물관이다.
이곳을 들머리로 하여 천보산으로 향한다.
천보산은 회암사지와 회암사를 중턱에 품고 있다.


 

 

 

원래 회암사는 고려 시대 전국 최대 사찰 중의 하나였고, 승려 수가 무려 3천여명에 이르며 지공화상, 나옹선사, 무학대사로 이어지는 걸출한 선승들이 머물면서 명성을 드날리고 번창했었던 1만여평의 대규모 사찰이었다.
그후 태조 이성계가 상왕으로 물러난 후에는 회암사에 궁궐을 짓고 머물기도 하였다하니 고려 말~조선 초에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많은 불사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16세기 후반 원인모를 화재로 소실되어 폐사(廢寺)되었고, 그 후 옛터 위에 작은 절을 짓고 회암사의 절 이름을 계승하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암사지를 둘러본 후 회암사로 향한다.
 

 

이 구간은 양주시가 ‘김삿갓풍류길’ 이라 명명한 걷기코스 중 일부이다.
김삿갓풍류길은 3개구간으로 나뉘어 총 21km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그 중 제1코스의 일부 구간인 회암사지박물관~회암사에 이르는 구간을 걷는다.
나는 닉네임이 필요한 곳에선 ‘맨발나그네’라는 닉네임을 자주 사용한다.
사실 ‘나그네’라고 하고 싶지만 대부분 남들이 선점을 하고 있어 부득히 ‘나그네’ 앞에 ‘맨발’을 붙여 ‘맨발나그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나그네의 사전적의미는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역사 속 ‘나그네’들을 나 나름대로 꼽아보자면,
12세에 당으로 유학가서 18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리가 된 후 신라로 되돌아와 설 자리가 없어 관직을 버리고 전국을 유랑한 당대의 천재 최치원(857~?)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나그네로는 <대동여지도>를 편찬한 김정호와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을 꼽을 수 있다.
두 나그네의 삶이 존경스럽다.

그러나 이 두 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다녔으니 진정한 의미의 나그네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닮고 싶고 동경하는 나그네를 꼽으라면 주저함이 없이 매월당 김시습과 방랑시인 김삿갓이라 불리우는 김병연을 꼽지않을 수 없다.
매월당 김시습은 세월을 잘못만나 1455년 수양대군(세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3일간 통곡 후에 보던 책을 모두 불사르고 스스로 머리를 깍고 승려가 되어 산사를 떠나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많은 저술을 남긴 인물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이라 일컬어지는 김병연은 조상을 욕되게 하는 글로 장원급제를 하였다는 자책감에 24세부터 전국 방방곳곳을 떠돌아 다니며 시대상을 반영한 많은 시를 남기고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사람이다.
김삿갓은 양주시 회암동에서 태어났고,
10세경부터 24세경 집을 떠날 때 까지는 영월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24세경부터는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돌며 주옥같은 수많은 시를 남기고 57세에 전남 화순에서 생을 마감하였으며,
영월에 그의 묘가 있으니 영월군에서는 그곳의 지명을 아예 ‘영월군 김삿갓면’으로 바꿔 버렸다.
양주시는 구름처럼 떠돌고 바람처럼 스치며 발길 닿는대로 살았던 방랑시인 김병연이 이곳에서 태어났음을 알리고자 양주시의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김삿갓 문학자원을 연계한 숲길을 조성하였으니 이름하여 ‘김삿갓풍류길’이다.
우리길고운걸음 회원들과 함께 현대의 김삿갓이 되어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회암사 언덕빼기 부도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맨발이 되어 천보산을 향한다.

 

 

가을 단풍과 산 아래 펼쳐진 양주시내 전경은 도시생활로 답답했던 마음을 탁 트이게 해준다.

번뇌를 내려놓고 맨발나그네되어 평온하게 걷는 길이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천보산 해발 423m’라고 쓰여진 정상석이다.

 

낮은 산이지만 천보산을 경계로 포천과 양주가 한 눈에 들어오고 조망은 좋은 편이어서 상쾌한 산행이었다.
 

 

다시 길을 나서 능선을 따라 회암고개에 이르니 오늘 산행이 마무리 된다.
 

한때 회암사의 주지를 지냈던 나옹선사의 마음을 치유하는 선시가 있으니 한번 읊어 보며 트래킹일기를 마감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豊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豊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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