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20211113 트래킹 일기) 융건능이 추색에 물들다

맨발나그네 2021. 11. 14. 10:25

● 언 제 : 2021년 11월 13일
● 어 디 를 : 융건능
● 누 구 랑 : 나홀로


융건능의 산책로는 12월 1일부터 익년 5월 15일까지 산불예방을 위해 개방이 안되는 곳이다.
해서 서둘러 올해 마지막으로 산책로를 걸어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융건능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적당히 혼재되어 있어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단풍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융건능에서 마지막 떠나는 단풍을 보며 옛 시인들의 단풍 감상을 떠올려 본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수레 멈추고 단풍섶에 앉아 보니/ 늦서리 맞은 단풍이 이월꽃보다 더 붉구나”라고 했고, 조선 후기 가객 김천택은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 꽃보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 빛을 꾸며 내도다”라고 노래했다.


김영랑 시인은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노래했고, 피천득은 ‘단풍’에서 “....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라는 시를 남겼다.


나태주 시인은 ‘단풍’이란 시에서 “숲속이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거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라. ”라고 노래한다.


도종환 시인은 ‘단풍드는 날’에서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라고 읊는다.


어느 시인에게는 봄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단풍이고, 어느 시인에게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단풍을 예찬하였다.


어째거나 마지막 안간힘을 써가며 고운 자태를 유지해 보고자 온 힘을 썼던 단풍은 세월의 무게 앞에 속수 무책으로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떠난다.
그 모습이 나와 같아 입가에 쓴 웃음이 절로 배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