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트래킹 일기) 북한산 숨은벽능선을 맨발로 걸으며....

맨발나그네 2021. 11. 8. 18:31

● 언 제 : 2021년 11월 7일

● 어 디 를 : 북한산 숨은벽능선

● 누 구 랑 : 지인들과

● 사 진 은 : 이규범, 이창현, 맨발나그네

 

오늘(11월7일)이 24절기상 입동이니 이 짧았던 가을도 겨울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늦가을 마지막 만추를 즐기기 위해 북한산 숨은벽능선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 북한산 숨은벽능선은 들머리 근처의 해발이 낮은 곳을 제외하면 벌써 단풍이 끝물이다.

올해만 해도 10월 2일 설악산 대청봉을 찾았으나 채색이 덜 끝난 단풍에 만족해야 했고,

10월 14일 찾았던 설악산 수렴동계곡에서도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없어 아쉬어 하던 참이었다.

다행히 10월 30일 찾았던 양주 천보산에서는 제법 치장을 한 단풍을 볼 수 있었으나 어딘가 2% 부족한 단풍 유람이었다.

몇 번인가 들렸던 북한산 숨은벽은 암벽과 어울러져 선명한 색조를 뽐내고 있는 매혹적인 단풍이 있어 열일 제처놓고 찾았건만 계절은 기다려주지 않아 낙엽이 되었거나 나무에 매달린채로 말라비트러져 있으니 어이할꼬.

 

비록 들머리 근처의 단풍이지만, 붉고 노랗게 타오르는 가을 단풍은 아름답다.

그러나 단풍이 드는 원리는 나무가 월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잎 속에 있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안토시니안 등의 색소가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온이 떨어지고 빛이 비치는 시간이 짧아지면 뿌리는 물을 흡수하는 힘이 약해지고, 나무는 수분의 손실을 막기위해 증산작용을 하는 잎을 떨어뜨려야만 한다.

이래서 나무는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들고 이로 인해 나무는 단풍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알고보면 단풍은 나무 입장에서 보자면 몸치장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인 셈이다.

 

몸부림을 마친 마지막 단풍과 숨은벽능선의 암능미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구멍바위 밑 갈림길이다.

그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밤골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니 다시 출발지인 국사당에 도착한다.

비록 기대했던 단풍은 떠난 후이지만 숨은벽능선의 절경에 취해 단풍없이도 멋있고 행복한 하루였다.

 

용혜원 시인은 ‘낙엽이 지던 날’에서

나뭇잎들이/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안녕을 외치는/ 가을입니다

삶의 마지막을/ 더욱더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은행잎은/ 노란 옷을 입기 위해/ 여름날의 찬란함도/ 잊어버려야 했습니다

단풍잎은/ 붉은 옷을 입기 위해/ 마지막 남아 있던 생명까지/ 모두 버려야 했습니다

가을 거리에/ 외로움으로 흔들리며/ 쏟아져 내리는 낙엽들

우리의 남은 이야기를 다 하기에도/ 이 가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습니다

라고 읊었다.

 

삶의 마지막을 단풍이라는 찬란함으로 장식하고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나뭇잎을 보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결국은 떠나고 만다는 명제 앞에 선다.

나뭇잎이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참 짧다.

내 인생도 나무잎으로 치자면, 마지막 단풍철에 들어섰으니 이제 낙엽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인생소풍을 나온 후 아름다웠던 청춘을 뒤로하고 이제 웰다잉하자는 생각이다.

말라 비틀어져 나무에 매달려 궁상맞게 오래 있지말고 단풍처럼 예쁜 모습만 보이다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오늘이다.

오늘처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벗들과 함께 내가 종국에 돌아갈 자연과 함께 지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