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雪國으로의 여행이 된 대둔산 만추 산행

맨발나그네 2009. 11. 18. 15:39

  雪國으로의 여행이 된 대둔산 만추 산행

 

● 산 행 지 : 대둔산(878m, 남으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서북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동으로 금산군 진산면 )

● 산행일시 : 2009년 11월 15일 (日)               

● 누 구 랑 : 수원하늘채 산악회

● 산행코스 : 배티재 - 낙조대 - 마천대  -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약5시간)

● 사진은 ? : 금부처. 카봇. 혁이아빠. 쉬즈. 본인

 

   가을은 정말 짧다. 왔는가 싶었는데 벌써 가겠단다. 막바지에 이른 가을의 정취를 마지막으로 감상할 요량으로 대둔산 산행에 따라 나섰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영하로 내려 간다고 예보를 하고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눈이나 비가 오겠다고 한다. 길을 나서는 아침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날은 산행에 나서는 것도 꽤가 난다.

 

   그래도 수원시청앞에 도착하니 쌩쥐님, 진도개님등이 다른 산악회를 따라 각각 다른 산행을 하기위해 나와 있었다. 정말 열심들이다. 수원하늘채 식구들을 만나 수원시청앞을 출발하여 30여분이나 달렸을까.... 서설(瑞雪)이 날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으 설국(雪國)이 펼쳐진다. 나무마다 눈꽃을 한움쿰씩 안고 우리를 맞는다. 일행들 모두가 환성이다. 나도 왠지 즐거운 산행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의 산행 출발지인 배티재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그곳에서 A, B팀으로 나누어 A팀은 설국으로 변해버린 대둔산의 품에 안기고자 출발을 한다.  B팀은 케이믈카를 이용하여 대둔산의 품에 안기고자 떠나고...  회원들이 모두 오늘은 맨발이 아니냐고 놀리고 있지만, 추위도 추위려니와 안전도 문제가 될 것 같아 맨발산행은 포기한다. 정말 맨발산행 500km 채우기가 쉽지 않다.

 

    얼마쯤 올랐을까? 가파른 오름길을 한참 오르니 거기 나무잎을 모두 털어낸 나무가지 사이로 대둔산의 전경이 나타난다. 벌써부터 난리다. 여기 저기 탄성이 울리고.... 그래서 나무가지 사이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컷 남긴다.

 

 

 

 

 

   출발한지 한시간반정도 지나 대둔산을 조망할 수 있는 바위로 금부처 대장이 우리를 안내한다. 설국인 대둔산은 온통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있다. 아니 우리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하얀 가루를 온사방 천지에 뿌려 놓은 듯하다. 가까이 보이는 절벽은 12폭 병풍을 세워 놓은 듯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천하 절경이란 이런 때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다시 쉬엄쉬엄 설경에 빠져 길을 나선다. 정말 11월 중순에 첫눈을 만나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리라고 상상이나 하였던가? 군말이 필요없는 그런 행복한 산행이다.

 

 

마천대와 낙조대에 이르는 안부에 올랐다. 왼쪽 방향으로 낙조대를 향하다 본 상고대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풍광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모두들 여기 저기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 아우성이다. 정말 아름다움에 푹빠져 발걸음도 더디다.

 

   

 

 

   낙조대(落照臺)이다. 배티재를 출발한지 2시간반만에 도착이다. 일출과 일몰광경이 장관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몰 대신 설경(雪景)으로 우리를 맞는다. 대둔산은 봄에는 진달래, 철쭉과 엽록의 물결이, 여름에는 운무속에 홀연히 나타나고 숨어버리는 영봉들이, 가을철에는 불붙는 듯 타오르는 단풍이, 겨울철에는 은봉 옥령이 형언할 수 없는 자연미의 극치를 이룬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이 설경(雪景)이라 하는데 오늘 제대로 날을 잡은 것 같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보아도 모두가 하얀 설국이 거기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날씨는 비록 차겁지만 좋은 경치를 눈에 담으려면 배가 든든해져야 하겠기에 점심상을 차린다. 하얀 설국에서의 점심은 꿀맛이다. 특히나 리라님이 준비한 복분자주는 그냥 입에 살살 녹는다. 평소 산위에서의 주량보다 조금 더 먹는다. 길이 미끄러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입에 쩍쩍 들러붙는 복복자주를 도저히 외면 할 수가 없었다.

 

 

 기암괴석위에 오랬동안 뿌리를 내리고 삶을 지탱하던 소나무위로 오늘은 서설이 소복히 쌓여 운치를 더해준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소나무 분재가 거기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오늘같이 추운날도 걸망을 짊어지고 길을 나서게 되나 보다.

 

 

 완주의 집단시설지구 쪽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오른 사람까지 더해져 마천대 바로 아래 산장매장은 인산인해가 따로 없다. 그곳까지 오늘길 기암괴석과 그 주위에 소나무와 다른 나무들이 잎들을 모두 떨구고 있다가 오늘은 눈으로 분장을 하고 우리를 맞는다. 흰 눈과 상고대로 뒤덮인 자태는 대자연이 빛은 조각 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그 조각전시장 주변을 소나무 분재로 장식한채로....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이다.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 한다. 맑은 날이면 마천대에서 가깝게는 진안 마이산,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 변산반도의 서해바다까지 한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저 하얀 나라, 설국이다. 많은 인파속에서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참을 그곳에 머물러 설경을 감상하다 보니 일행이 한명도 안보인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조금 내려오니 박세연님이 날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맞는다.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구름다리는 높이 81m, 길이 50여m, 폭1m로 오고 가는이의 오금을 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그뿐인가? 약수정에서 왕관바위로 가는 삼선 줄다리는 아슬 아슬 매달려 있어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린다. 거기다 오늘은 설국에서 눈잔치를 벌려 놓아 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 능선을 따라 펼쳐진 삼선바위, 임금바위, 입석대, 마왕문,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봉, 칠성대, 낙조대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호위하듯 둘러서서 작은 금강산을 연출하고 있다.

 

 

 

  원래 가는 가을이 아쉬어 단풍으로 물든 만추의 대둔산을 보러 온 길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첫눈인 서설을 만나 눈이 즐거웠으므로 아쉬울게 없는 그런 산행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그게 아니었다. 완주쪽 집단시설지구에 내려오니 거기에 가을이 그대로 우리를 맞는다. 하루동안 사계절중 겨울과 가을을 맞는다. 그것도 꺼꾸로 말이다. 곱게물든 오색단풍이 비단을 펼쳐놓은 듯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그 영롱한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오늘도 대둔산의 품에 안겨 지낸 꿈같이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