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2010년 맨발로의 첫산행 ~ 강능 괘방산

맨발나그네 2010. 2. 9. 15:06

 

    2010년 맨발로의 첫산행 ~ 강능 괘방산

 

● 산 행 지 : 괘방산(399m, 강원도 강능시)

● 산행일시 : 2010년 2월 7일 (日)               

● 누 구 랑 : 수원하늘채산악회

● 산행코스 : 안인진리-258봉-고려산성-삼우봉-괘방산-당집-삼거리-212봉-정동진역

● 사진은 ? : 쉬즈,카봇,금부처,본인

 

 

  토요일 오후가 되면 좀이 쑤신다. 여기 저기 산우님들과 통화도 해보고, 이곳 저곳 산악회 카페에도 들락날락 거리기 일수이다. 이번주도 몇명에게 연락을 해보니 모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산행이 어렵다고 한다. 입춘도 지났고 하여, 올겨울 마지막 눈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기에 그런 산을 골라 몇몇 산악회에 연락을 해보니 모 산악회는 정원이 차 있다고 하고, 모 산악회는 25명이 안되어 부득이 산행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괘방산은 강원도에 있기는 하지만 높이가 낮으니 눈꽃 구경은 어렵겠기에 밀쳐 놓았던 대상이었는데 하늘채 카페지기에게 연락을 하니 다행이 산행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따라 나선 산행길이다.

 

 

 괘방산(掛傍山)은 산줄기 모양이 과거에 급제하면 합격자의 명단을 붙이던 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1,000m급 산들이 즐비한 강원도에서 명함내밀기가 민망한 산이기는 하지만, 강능의 정동진역과 안인진역 사이에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기에 푸른 바다가 안겨주는 시원함과 백두대간상의 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선자령의 위용을 올려다 볼 수있는 장괘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안보체험등산로'라 이름 붙여진 등산로는 그리 험하지 않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으며, 어른 키만한 소나무 사이로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기분좋은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의 들머리는 안인진리이다. 안인진(安仁津)은 '강능 동쪽의 편안한 포구'라고 한다.  '인(仁)'이 방위상으로 동쪽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곳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0분이다. 날씨는 봄날씨라고 해도 좋을 만큼 따듯하다. 모두들 즐겁게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150여m는 방부목 계단이다. 이 계단 끝자락에 전망대가 있다. 모두들 탄성이다. 올라온 길 뒤쪽으로 안인진항이 편안하게 누워있고, 왼쪽으로는 눈이 시리다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코발트색 동해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해안에는 하얀 파도가 포말을 그리고 있다. 그 바다에 모두들 마음이 빠져 갈 길을 서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떠랴. 총산행대장 금부처의 말마따나 자연을 벗삼아 걷는 웰빙산행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전망대를 지나 다시 한참을 오르니 또다른 쉼터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동해바다를 배경삼아 모두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좌로는 동해바다가 넘실대고, 우측으로는 멀리 백두대간길 대관령 줄기가 흰눈을 고깔삼아 길게 누워있다. 그곳에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풍차의 모습도 한가롭다. 좌측 앞쪽으로는 커다란 비행기가 놓인 통일공원이 눈에 잡힐 듯 가까이 닥아온다. 그렇게 길은 삼우봉으로 이어진다. 괘방산의 제2봉으로 높이는 342m이다. 정상까지는 1km 남짓이나 더가야 한다. 날씨가 따듯하다고 느껴지기에 가만히 맨손을 땅바닥에 대본다. 뭐 맨발을 해볼만하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제낀다. 그러나 그 이후 응달진 경사면을 오를 때는 흙먼지 속에 숨겨진 얼어붙은 계단이 나를 괴롭힌다. 차가운 기운이 발바닥을 지나 가슴을 지나 머리까지 전달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그저 고통 끝에 바뀌어져 닥아오는 쾌락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그저 걸을 뿐이다.고통지수가 오르면 오를 수록 쾌락의 크기가 커져 그 즐거움이 커진다고 하지 않는가.  

 

               

 

  대한민국의 전망좋은 산정의 많은 곳을 군부대 아니면, 방송사 송신탑이 찾이하고 있다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괘방산 정상 399봉은 송신탑이 자리잡고 있어 볼품이 없다. 그 언저리에서 점심상을 편다. 딴날에 비해 뒤풀이로 회가 준비되어 있다고 공지되어서 인지 점심상이 좀 부실한 편이지만 어떠랴. 그냥 땀흘린뒤 여럿이 모여 즐겁게 먹으니 이 또한 산을 찾는 이유중의 하나가 아니랴. 더군나나 요즈음 인기 상한가인 막걸리를 한잔 걸치니 푸른동해바다가 더 푸르게 보이고 그 넘실넘실됨이 더하는구나.

 

 

 그곳에서 당집을 향해 가던중 지나가던 분이 맨발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걸어 온다. 그래서 그분과 길동무가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는다. 서울에서 안내산악회를 따라 왔는데, 같이 오기로 한 친구가 사정이 있어 못오는 바람에 외톨이가 되어 왔단다. 정동진을 약 4km 정도 남겨둔 곳에 위치한 당집은 이곳에서 제를 지낼 때 쓰는 장비를 보관하는 집이란다. 그 근처에는 서낭나무도 있다. 그곳에서 금부처님이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곤 카메라에 담아 준다. 이어지는 길도 한참동안 그분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내려오는 길이다. 아마도 막걸리를 몇잔 걸친 그분이 꼭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옆길로 들어서기에 헤어졌지만....

 

 

  그곳 당집부터 176봉까지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산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좋다. 어른키만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이다. 해풍에 시달린 탓인지, 검은 석탄가루 같은 토양 탓인지는 몰라도 소나무의 키가 작고, 몸통이 말라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산길을 걷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고만 고만한 소나무들이 이야기를 걸어온다. 봄볕같은 태양의 따스함속에 코끝을 스치는 해풍마져도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풀어놓고 살랑살랑 길을 떠난다.  내려오는 길 정동진의 썬크루즈호텔이 보이면 날머리에 거의 다 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진달래 나무가 많이 보이던데, 아마도 진달래 꽃피는 그런 계절에 다시 한번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총 9km 남짓한 산길을 점심시간 포함 약 4시간에 걸쳐 걸어서 날머리 정동진역에  도착한다. 정동진(正東津)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자리한 포구'란다. 전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을 가지고 있으며,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 회집에서 뒤풀이를 갖는다. 그리고 정동진의 모래사장으로 옮겨 모두들 즐거워 하는데, 나는 뒤풀이장소에서 우정이님과 같이 오신 분들과 반야탕<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과의 만남이 길어져 결국은 정동진의 모래사장에 발도 들여 놓지 못한채 귀경길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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