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금강의 S라인에 흠뻑 취해 걸은 갈기산~월영봉

맨발나그네 2010. 3. 31. 17:16

금강의 S라인에 흠뻑 취해 걸은 갈기산~월영봉

 

● 산 행 지 : 갈기산(585m, 충청남도 영동군)-월영산(529m, 충청남도 금산군)

● 산행일시 : 2010년 3월 28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주차장-갈기산-전망대-차갑고개-성인봉-자사봉-월영봉갈림길-주차장(약 8km, 약 4시간)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8경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충북 영동군이 아닐까한다.
 무려 8개의 8경을 갖고 있다니 말이다.
 그 8개의 8경중의 하나가 양산팔경이다. 비록 양산팔경에 명함을 내밀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갈기산은 산정상 부근의 암릉들이 말의 갈기처럼 수려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갈기'란 말이나 사자의 목덜미에 난 긴 털을 말하는데 갈기산은 바위가 많고, 이웃한 월영봉과 함께 반원형으로 깊숙한 골을 이루니 옛사람들의 이름짓기에 또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영동군 양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월영봉(月影峰)은 '달을 맞이한다'라는 뜻이라 한다.
 이곳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에 월영봉의 달그림자가 금강에 맑게 비치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라고 믿었다고 하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모두들 열심히 일하였을테니 무슨 수로 풍년이 안들고 배길손가.

 

 갈기산-월영봉 종주 산행은 금강변을 따라 난 도로변의 소골 초입 바깥모리라는 곳의 등산로 안내판에서 시작된다. 산행중에는 별도의 안내표지가 없으므로 미리 숙지하여야 한다.

 

 

 등산로 안내판과 간이 화장실외에는 이렇다할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먼저 도착한 타 등산회 차량들이 아니면 들머리 찾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물론 산행중에도 안내표지판이 거의 없어 갈림길마다 타 산악회들이 매어 놓은 리본을 참고하는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만큼 아직은 때가 덜 묻고 한적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그곳에서 맨발바이러스에 중독된 나는 어제 홍성 용봉산에 이어 또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배낭에 갈무리하고 길을 나선다.

 

 

 등산로 입구에서 헬기장까지 오르는 8~900여m는 가파른 오름길이여서 모두의 숨을 몰아쉬게 한다.

 

 

 

 

 

 

 

 

 

그러나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금강이 펼쳐논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절로 탄성을 지르며 기분좋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전북 장수의 신무산(898m)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이 진안과 무주를 지나며, 자유분방한 곡선을 그려낸다. 

그 금강이 영동군 양산면을 지나며 S라인을 그려내는데 이를  감입곡류(嵌入曲流)라 부른다.

하천이 산지나 고원지대를 흐를 때 침식을 받아 깊은 골짜기를 이루며 뱀처럼 휘어도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의 새애인으로 이름을 올린 갈기산의 품에 안겨 좌측과 뒤쪽으로 S라인을 뽐내는 금강에 취해 발걸음이 더디다.

한걸음 한걸음 고도를 높힐수록  금강의 곡선은 더 많이 더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그 자태에 동화되어 내 마음조차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아니 눈을 지긋이 감고 그녀(금강)의 S라인을 음미해본다.

변태라 욕먹어도 좋다.

이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욕먹는 쪽을 선택하리니....

 

 

 

그렇게 금강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갈기산 정상이다.
 정상석 주변으로 바위투성이이다.
 

 

 

갈기산에서 차갑재까지 이어진 암릉길을 말갈기능선이라 부른다.

 

 오늘 코스의 백미이다.

주변의 풍광이 빼어나다.
 

 

  바위틈을 비집고 세상을 살아가느라 힘들어하는 소나무와 바위들이 어울려 동양화 한폭을 그려낸다.

신이 아니면 키워낼 수 없는 소나무 분재가 이길을 오가는 나그네들에게 그 자태를 뽐낸다.

신은 오로지 이곳까지 힘들여 찾아오는 이만을 위해 그의 작품 한점을 전시해 놓은 것이다.

 

신이 만든 많은 소나무 분재 중에서 어느 소나무 등걸을 올라타고 모두들 좋아라 한다.

 

 어제 충남 홍성의 용봉산에 이어 이어지는 맨발나그네 길이어서 암릉길이 좀 부담스럽지만, 이어지는 수려한 경관에 발바닥의 통증이 잊혀진다.

 이구간은 몇군데 밧줄이 늘여져 있기도 하지만 조심해서 걷는다면 큰 탈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차갑재에 도착하면, 일부는 월영봉을 향하고, 일부는 계곡을 따라 하산하게 되는데, 그 이후길은 지금까지 너무 눈이 즐거워서일까 약간 지루하기도 하니 어느쪽을 선택하든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A팀을 따라 월영봉 쪽으로 진행한다.
 들머리을 출발한지 2시간여만에 성인봉 못미쳐 아늑한 곳을 찾아 점심상을 펼친다.
오늘은 정실장참치의 정사장님이 싸오신 참치회가 메인메뉴다.
참치회 몇점에 마신 막걸리 한잔은 금강의 S라인에 취한 내 가슴을 더 취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성인봉을 거치고 자사봉을 거쳐 월영봉 못미쳐 삼거리에서 하산한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걷다보니 보니 코앞에 둔 월영봉 정상석을 놓쳤다.

 

 그런들 어떻하고 저런들 어떻하리.

 날머리의 소골의 맑고 아담한 계곡물에 그동안 고생한 발을 적시며 피로를 푼다.

소골은 골은 깊지만, 바위가 많아 그렇게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다고 한다.

 정말 오늘도 좋은 산을 만나 또다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오늘 안긴 그녀(갈기산-월영산)와의 이별을 아쉬워한다.

 

 그곳 날머리에는 냉이가 지천이어서, 모두들 등산의 피로도 잊은채 나물캐는 봄처녀가 되어본다.

 

 

 

 그리고 금산군 제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곳의 별미라는 인삼어죽과 도리뱅뱅이를 안주삼아 반야탕을 들이킨다.

원래 산악회 공지에는 인삼어죽만 제공하겠노라고 되어있던데 도리뱅뱅이까지 제공되니, 항상 산7000  회장님 이하 집행부에게 고마울 뿐이다.

 다만 산에서 먹은 참치회 때문인지, 아니면 날머리에서 마신 하산주 때문인지 인삼어죽과 도리뱅뱅이가 소문만 못한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