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잃어버린 오래전의 나를 찾은 건달산

맨발나그네 2012. 12. 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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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5)>

 

               잃어버린 오래전의 나를 찾은 건달산

 

산 행 지 : 건달산(경기 화성 328m )

산행일시 : 2012128()

누 구 랑 : 발안중.고 동문 산악회

산행코스 : 흰돌산기도원 - 건달산 정상 - 희돌산기도원

 

 

(건달산 주변의 산줄기)

 

(흰돌산기도원 입구의 들머리에서 만난 안내도)

 

건달산은 내고향 화성시에서 최고 높은 산이다.

2010년 이 산을 처음 다녀간 후 맨발나그네 건달산과 꽃잠이루다라는 글을 남길 때 정상에 씌여있는 산의 높이 367m를 철석같이 믿고 화성시에서 최고봉이라고 추켜세웠는데 이번에 화성건달산악회에서 세워논 정상석을 보니 328m란다.

헌데 마침 최근에 국토정보지리원이 발표한 산높이로 정리가 되었으니 화성시의 최고봉은 336.89m 인 건달산이요, 이어서 태행산(294.8m), 삼봉산(269.6m), 동탄 무봉산(257.69m), 서봉산(250.36m), 칠보산(238.51m), 태봉산(225.94m), 남양 무봉산(201.5m) 으로 200m 이상인 산을 7개 가지고 있다.

어째거나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어 모두가 밋밋하고 부드러운 육산 뿐인 내고향 화성시에서 300m급 산으로는 건달산이 유일하다.

 

 

(들머리에서)

 

그 건달산을 중.고교 동문들과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선다.

건달산(:하늘 건, :통할 달)은 하늘과 통할 정도로 격이 높은 산이란 의미 일 것이다.

하늘과 통하는 격이 높은 산이어서 그런지 건달산 중턱에 조선시대부터 당집이 있어왔고, 그 당집아래 동네는 당아래로 불려 오던 곳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될 때 당하리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건달산에는 종교시설이 유난히 많이 자리잡고 있다.

신학교에서 각종 기도원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종교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면 하늘과 통하는 산이요, 기가 넘치는 산이 맞긴 맞나보다.

 

 

(건달산 정상)

 

두산백과에 의하면 '건달'이라는 산 이름 유래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산에 돌이 많고 나무가 적어 산다운 맛이 없다 하여 '건달'이라 불렀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산의 형태가 멀리서 보면 잘생긴 모습이나 가깝게 보면 난봉부리는 남정네 같다 하여 '건달'이라 불렀다는 설이다.

 건달(乾達)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다.

'건달'은 간다르바[乾達婆, Gandharva]에서 온 말이다.

고대 인도의 신으로 별자리를 관장하며 향(香)만을 먹고 사는 신이라 한다.

긴나라(緊那羅)와 함께 제석천(帝釋天)을 모시며 기악을 연주하는 신으로, 술, 고기를 먹지 않으며, 다만 향을 찾아 다닐 뿐이라 한다.

서역(西域)에서는 속배우(俗俳優)를 간다르바라고 하였는데, 그들은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다만 음식에만 관심을 갖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걸식을 하였기에 그렇게 불리었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이런 연유로 '건달'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으리라 추측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 본 기천 저수지)

 

발안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동국여지지에서부터 '건달산'이란 명칭이 기록되어 있으며 각종 고지도에서 빠짐없이 기록될 정도로 옛 남양 땅의 중요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였다.

수원부읍지"예전에 기우제를 지냈고 1710(숙종 36)에 뇌성과 지진으로 큰 바위가 붕괴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성지에는 이 산에 봉수(烽燧)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하였다.

서남쪽의 흥천산(興天山) 봉수대(烽燧臺)를 받아 북쪽으로 화성봉돈(華城烽墩)에 이어주는 간봉이다

간봉(間烽)이란, 직봉(直烽)에 들지 않은 작은 봉수조직을 의미한다.

감관 5명과 군 15명이 번갈아 지켰다.

그러나 1895(고종 32) 근대적인 전화통신의 도입으로 봉수제도가 폐지되면서 봉수대가 방치되어 파괴되었다.

 

 

(눈덮힌 건달산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비록 300m인 건달산이지만 흰눈에 쌓인 건달산은 제법 호흡을 가다듬지 않으면 쉽지 않은 된비얄이다.

더 이상 표백할 수 없는 백색으로 치장해 논 길을 걷는다.

눈꽃을 머리에 인 소나무들이 고향땅 찾아 온 일행을 정답게 맞는다.

다행히 오랜만에 만나는 동문들과 즐거운 수다로 함께 오르니 어려운줄 모르고 오르게 된다.

 

 

(수원, 동탄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광교산을 비롯한 산줄기들이....)

 

그렇게 도착한 정상은 별천지이다.

화성시에서 첫번째로 높은 산답게 사방팔방이 확트여 조망이 눈부시다.

주름진 산줄기마다 뿌려놓은 백설이 고향땅을 더욱 더 멋스럽게 꾸며놓고 있다.

눈덮인 고향땅 산하가 명상에 잠겨있는 듯 하다.

아니 묵언기도중인 것 같다.

거기에 우리 일행이 시끄럽게 그들을 깨운다.

멀리 북쪽으로는 삼봉산 저너머로 광교산을 넘어 관악산, 청계산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조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리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코앞으로는 태행지맥의 산줄기가, 그너머로는 머얼리 수리산과 관악산 산줄기가 아스라히...)

 

그 좌측으로 발아래 그림같은 기천저수지가 펼쳐지고 그 뒤를 태행지맥과 태행산이 맵시를 뽐낸다.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내고향 화성시의 옥토들이 누워있다.

남쪽으로는 발안저수지와 함께 철마산, 서학산이 펼쳐지고 약간 남서쪽으로는 오두산, 천덕산, 등고산으로 이어지는 오두지맥이 닥아온다.

 

 

(서봉산과 발안저수지 쪽 전경)

 

다시 눈을 돌려 동쪽으로 태봉산, 서봉산으로 이어지는 서봉지맥이 나도 여기 화성시의 일원이라고 어깨를 우쭐댄다.

 

 

(정상 전망대에서)

 

거기에 2년전에는 보지 못했던 전망대까지 설치되어 있어 오가는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일행 십여명중 이곳을 처음 오른 사람이 예닐곱명이나 되었는데 모두들 우리의 고향산하가 이렇게 멋있는 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건달산 가슴팍께로 열어 논 길을 따라 내려온다.

뽀드득 뽀드득 눈길 밟는 소리가 정답다.

도란 도란 주고 받는 정담들도 정겹다.

흰눈 덮인 자연이 있어서인지, 아님 정상에서 나눠 마신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 덕인지 모두 소박하고 진실된 대화가 꽃핀다.

눈덮힌 하얀길을 귀도 눈도 마음도 즐겁게 걷는다.

시인 단테는 자연은 신의 예술이다라고 했다던가.

신의 예술인 자연이 내준 품에 잠시 잠깐이라도 안겨 많은 것을 얻어 간다.

일에 지친 심신과 어지러워진 정신에 기를 받는다.

자연인 산은 고독한 인생길에 친구가 되어주는 벗이라고 말해준다.

더군다나 오늘은 아주 오래된 묵은지 같은 동문들과 함께여서 더 정답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건달산 전망대)

 

이해인 시인은 그의 시 겨울산에서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중략)

찢어진 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라고 노래한다.

정말 동문들과 함께 걸은 오늘 이 길에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은 기분이다.

 

( 댓 글 )

 

홍순근18.19 12.12.09. 23:30

처음으로 오른 건달산의 정기를 받으며 올해를 마감할수 있게되어 즐거웠습니다.
유선배님의 글들이 증명해주듯 동문 선,후배님들과의 눈덮힌 산행은 뿌듯하고 따뜻한 차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내년엔 좀더 발전하고 돈독한 우정의 동문 산행이 이어지길 기원하며 유선배님 한해동안 여러모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규범(2021) 12.12.10. 08:30
저도 지척에 살면서도 처음으로 올라본 건달산 동문들이랑 함께해서 더욱 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
탁트인 전망이 일품이였구요 눈까지 내려주어 더욱 금상첨화였습니다
산행기를 읽으며 그날의 추억을 다시금 음미해 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김영희(고31,원예과) 12.12.10. 10:43
선배님 산행기 감사히 읽었습니다. 2010년도 오월의 연두빛속 가득했던 맨발산행기도요.
아차하면 삼류소설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한 이야기들을 예술로 승화시키시니 그재주에 감탄하며,
선배님과 잘 어울리는 시가 있어요.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내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응
 
김영희(고31,원예과) 12.12.10. 11:06
물론 글의 소재 자체가 선배님과 틀리긴 하지만, 솔직해서 좋고,
본능조차도 완전한 사랑과 믿음이 있을때라야 ..응...이라고 할 수 있다는것!
선배님의 산에 대한 사랑과 많이 닮은듯 해서요.
오늘도 선배님의 글에 반야탕처럼 취해 보았습니다. 다시뵐때 까지 건강하십시요.^^

 

  • 가시나이

    유유자적 한가한 걸음걸이로 다닐것 같은 약트막한 산이군요. 눈쌓인 뒷동산을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바쁘지도 서둘지도 않아도 되니까요.. 즐감하고 가네요. 2012.12.10 06:45

  • 러브리숙

    옛날에는 건달이 엄청 많았다. 할일없이 건들건들 쏘다니는...
    그런 건달산이 화성시에 있다니...얼마나 많은 건달들이 모여 건들건들 했으면 이름까지 건달산이랴..
    눈쌓인 산길이야 건들건들 걸을수 있으련만..산이름이 건달산이라 건들거리며 걷는것도 또한 풍류아니겠나...
    2012.12.10 21:35

  • 소희

    건달산 산행기 건달처럼 읽고 가지만 엄청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즐감합니다. 2012.12.11 13:22

  • 아스라히

    눈내린 건달산도 제법 산다워 보이네요. 그냥 야산으로만 보아온 작은산이 사진으로 보니 아주 좋아보이네요. 한번 나그네님의 길을 밟아보렵니다. 2012.12.12 06:15

  • 핑크쭈니

    정다운 이들과 거닐던 산길을 가다가 문득 다시찾은 잃어버린 나...
    그리움에 왈깍 목이 메이네요. 그네들은 다 어디 있는가...어디로 갔는가...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한들 무었하랴...
    2012.12.12 22:23

  • 복두산

    눈덮힌 하얀길을 귀도 눈도 마음도 즐겁게 걷는다...딱 맞는 말씀...
    즐겁게 보고 또보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2012.12.14 21:21

  • 사랑의인사

    얼마높지도 않은 건달산이 화성에서는 어깨를 건들거리는군요. 전망도 좋고요. 산행도 그리힘들지 않고 지루하지 않을것 같아요.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2012.12.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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