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열락(悅樂)의 늪을 헤멘 주금산과의 만남

맨발나그네 2012. 12. 24. 09:35

 

 

열락(悅樂)의 늪을 헤멘 주금산과의 만남

 

산 행 지 : 주금산 (814m, 경기 남양주시, 포천시, 가평군)

산행일시 : 20121223()

누 구 랑 : 7000 산악회

산행코스 : 불기고개-->시루봉 -->독바위-->주금산정상(814M)-->독바위 -->795--> 605--> 주금산 안내도(3거리)-->비금계곡--> 몽골문화촌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마음, 본인

 

 

(들머리에서)

 

 

7000산악회 회장인 따스한마음진도개, 오사마 두 산행대장과 주금산 답사 산행을 다녀 온 것이 12월 초이니 3주만에 다시 찾았다.

날씨도 추운데다가 얼마전 다녀 온 산이고 해서 산행하기 꾀가 난다.

나의 마음을 잡아끄는 B코스의 유혹에 한참을 망설이다 A코스팀에 합류한다.

정말 내가 봐도 잘한 선택이다.

 

 

(팔각정쪽에서 바로본 독바위(왼쪽)와 선바위(오른쪽))

 

 산행기만 해도 그렇다.

주금산 답사 산행후 주금산 답사 산행 동행기라는 산행기를 남겼으니 며칠사이에 주금산에 대해 더 늘어 놓을 말이 없을 것 같아 생략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정상부근의 설경을 보는 순간 이 좋은 모습을 혼자 보고 마음 속에 간직하기에는 아까워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니 반야탕에 취해 게슴츠레해진 눈을 비비며 산악회카페에 실린 갑장 소리새의 사진을 감상하다 보니 저절로 옆 모니터에 화면을 띄워 자판을 두들기는 중이다.

항상 갑장 소리새의 사진 솜씨가 부러울 뿐이다.

 

 

(주금산 능선)

 

  주금산(鑄錦山)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과 포천시 내촌면, 가평군 상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발음상으로는 죽음산으로 들릴 수도 있어 거시기 하지만 해발 814m로 산세가 비단결처럼 곱게 펼쳐져 있다고 해서 비단 금()’자를 가운데 넣어 주금산으로 불린다.

옛날에는 비단산으로 불리우기도 했고, 정상 부근에 독바위가 있어 독바위산이라 불리우기도 했다고 한다.

 

 

(들머리인 수동고개(불기고개))

 

(된비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수동고개는 일명 불기고개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남양주시와 가평군을 나누는 경계이다.

들머리를 떠나 정상부근까지는 제법 된비얄을 힘겹게 올라야 한다.

 

 

(상고대로 뒤덮힌 능선길)

 

그런데 오르고 나니 지난번과는 또다른 신천지가 펼쳐진다.

매력적인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남쪽의 철마산과 천마산)

 

 

(뒤편 가평베네스트골프장을 배경으로 그리움님과)

환하게 탁트인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떨린다.

동서남북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장관이다.

 

 

(서리꽃 터널을 지나며)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고, 그 사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펼치는 산들이 있기에 살 맛나는 세상이다.

겨울산은 봄, 여름, 가을의 화려한 옷을 벗고 순백의 눈꽃으로 갈아입고 있다.

그 설경속을 신선이 되어 걷는다.

도시생활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하햫게 비워낸다.

 

 

 

어느 화가가 그린들 백색칠만으로 이렇게 화려하게 채색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시인이 읊은 들 이렇게 멋진 음률로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서리꽃 터널을 걷는다.

어제 광교산 서리꽃 터널을 외로히 홀로 걸었다면 오늘 주금산 서리꽃 터널은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더 즐겁고 행복한 길이다.

 

 

 

 

만약 추운 날씨에 꾀를 부렸다면 이 좋은 설경을 놓쳤을 것이라는 곳에 생각이 미치니 아찔하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크기를 좌우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거창하고 큰 것이 아닌 것이다.

행복을 찾는답시고 멀리 힘들게 헤멜 필요도 없다.

비록 작지만 바로 나의 눈앞에 있는 것에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습관이 되고 몸에 배여 항상 행복의 향기에 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하얀나라 하늘궁전)

 

(하늘궁전 만찬인 생멸치조림이 데워지기를 기다리는 신선들)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그 옆 헬기장에서 간식 보따리를 푼다.

그곳에서 오사마표 생멸치조림을 안주삼아 한잔 얻어 마신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은 나를 하얀나라 신선이 되어 열락(悅樂)의 세계로 인도한다.

열락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얀나라 정취에 맘껏 취한다.

한잔의 반야탕에 취할 리 없으니 이건 분명히 하얀나라의 풍광에 취한 것이리라.

 

 

(하얀나라 하늘궁전에 초대된 신선과 선녀들 1)

 

(하얀나라 하늘궁전에 초대된 선녀들 2)

 

(하얀나라 하늘궁전에 초대된 선녀들 3)

 

하얀나라 하늘 궁전에 초대된 일행들 모두가 아름답게 보인다.

모두가 신선이고 모두가 선녀가 된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우니 그 속에 파묻힌 일행들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면 하얀나라 국민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잠시 내려놓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즐거워한다.

 

 

 

 

마냥 열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없으니 다시 길을 떠난다.

어제 광교산에 이은 이틀에 걸친 산행이건만 어렵지 않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자연과 일체가 되어 걷고 있자니 인간세상의 영욕에 의해 때묻은 마음이 씻겨지는 듯 하다.

 

 

(어디엔가 거문고가 숨겨져있을 비금계곡)

 

 

옛날 선비들이 산에 놀러왔다가 거문고를 감춰놓았다고 해서 비금계곡이라 불리우는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걷는다.

크지 않은 규모의 폭포와 담과 소가 계속되는 계곡을 일행과 두런 두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행복의 나라를 걷고 있는 산벗들)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 으뜸가는 것에 속한다라고 말한다.

그런 산벗들과 함께 걷고 있자니 바로 이곳이 천국이요, 행복의 나라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듯 날머리인 몽골문화촌 근처의 식당이다.

집행부가 정성껏 마련한 송년산행기념 뒤풀이가 마련된 곳이다.

그곳에서 다시 반야탕의 세계에 빠져버린다.

즐거운 벗들과 함께하니 반야탕에 빠져도 너무 빠져 버린다.

내 오래전부터 어느 분의 글 속에 술은 불교에서는 반야탕이라 불리우며 그 뜻이 지혜의 물이라는 구절을 읽고는 그 글귀를 금과옥조로 삼아 여러 글에서 인용하며 술 먹는 것을 지혜의 물을 먹는 것이라 좋아라했다.

 

 

(반야탕이 아니라 미혼탕에 빠져버린 맨발나그네 1)

 

 

 

(반야탕이 아니라 미혼탕에 빠져버린 맨발나그네 2)

 

 

그런데 오늘 취해도 너무 취한 것 같다.

이렇게 마셔대다가는 언젠가 한번은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이 미치자 온 몸이 오싹해진다.

그래, 이제부터는 술은 반야탕이 아니라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음료)이고, 화천(禍泉 : 모든 화의 원천, 곧 중악(衆惡)의 근본)이니 적당히 마셔야겠다.

술을 끊겠다는 약속은 못하겠고, 정말 반야의 세계에 들 만큼만 먹어야겠다는 약속을 해본다.

물론 지켜질는지 의문이지만 자신을 놓아버리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상태가 되지 말아야 오랬동안 신선놀음을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으니, 아마도 반야탕인지 미혼탕에 취하지 않고서야 매번 산행을 다녀온 후 졸필을 끄적거려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일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밤 이틀에 걸친 산행으로 인해 피곤한 몸으로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반야탕이 되었건 미혼탕이 되었건 그놈의 힘이 아니라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행복의 나라를 함께 헤멘 산벗들)

 

 

어째거나 주금산 설경에 취해, 뒤풀이 미혼탕에 취해 행복의 나라를 헤메다 보낸 하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해 148개국에서 15세 이상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긍정적 감정을 조사해 얼마전 밝혔다.

갤럽은 조사 대상자에게 어제 생활에서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종일 존중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느꼈는지 등 5가지 질문을 한 뒤 그렇다고 답한 비율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고 하는데 한국은 63%가 그렇다고 답해 그리스, 몽골, 카자흐스탄, 체코 등과 함께 공동 97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마 오늘 같은 날만 계속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을텐데.......

 

( 댓 글 )

 

  • 소희

    어느 화가가 그린들 백색 칠만으로 이렇게 화려하게 채색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시인이 읊은 들 이렇게 멋진 음률로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주금산을 너무 화려하게 채색하심..뇌물 잡수셨나요? 아님 반야탕에 마음이 혼미해지셨나요.그제는 광교 조강지처가 제일이라 그러시군..ㅎㅎㅎ.정말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나그네님의 글을 읽으며 행복한 순간을 갖습니다.

    2012.12.24 21:18

  • 배따라기

    죽음산...너무 좋아서...정말 좋으네요. 모두들 즐거워하시는 글을보니...사람사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잘보고 갑니다. 나그네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2012.12.24 22:08

  • 달파란마을

    깊은 산골 공기가 좋긴 좋은가봐요. 반야탕에 ..눈길산행에 심신이 지쳐 집에 오면 바로 잠자기 바쁠텐데...
    늦도록 자판 두두리신걸 보니..재미있는 산행기 즐감하고 가네요. 늘 건강하시고 년말 즐겁게 보내시길...
    2012.12.25 09:48

  • 환상소미

    주금산 산행기 잘보네요. 전망도 끝내주고요. 구수한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낸 글솜씨에 흠뻑 빠져 단숨에 읽었답니다. 2012.12.25 21:22

  • 러브리숙

    비단결처럼 아름다운산..주금산..선바위의 내력이 오늘은 빠졌네요. 바위가 오똑 서있나? 너무 아름다워 붓을 든 나그네님 주금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갑니다. 감사. 2012.12.26 20:14

  • 장고

    하늘나라 하늘궁전도 좋고요. 선녀들도 넘 예쁘고요..송년파티가 더욱 즐겅워 보입니다. 2012.12.27 05:52

  • 소희

    즐거운 산행후 뒤풀이 모습도 아주 보기 좋아요. 붉은 홍시처럼 익은 나그네님의 웃는 모습에 행복이 느껴집니다. 2013.01.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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