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진 아가봉과 옥녀봉

맨발나그네 2013. 3. 25. 17:12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진 아가봉과 옥녀봉

 

산 행 지 : 괴산 아가봉(538m), 옥녀봉(596m)

산행일시 : 2013324()

누 구 랑 : 7000 산악회

산행코스 : 운교리-매바위-아가봉-옥녀봉-갈은재-사기막골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소리새

 

 

(아가봉 정상에서)

 

 충북 괴산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고장이다.

우리나라 전국에 구곡(九谷)으로 이름 붙여진 계곡이 40여개라 한다.

그 중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 중 7개가 괴산에 있으니 퇴계 이황이 그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 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 선유구곡을 비롯하여 화양계곡, 쌍곡구곡, 고산구곡, 연하구곡, 풍계구곡, 갈은구곡이다.

9곡이 있을려면 당연히 계곡을 만들 수 있는 산이 있어야 하니 괴산에는 조봉산, 신선봉, 악휘봉, 가령산, 갈모봉, 구왕봉, 군자산, 금단산, 깃대봉, 낙영산, 남군자산, 대야산, 덕가산, 도명산, 마분봉, 마역봉, 막장봉, 박달산, 백악산, 백화산, 보광산, 보배산, 성불산, 시루봉, 신선암봉, 아가봉, 옥녀봉, 이만봉, 조령산, 조항산, 주월산, 중대봉, 청화산, 칠보산, 희양산 등 수많은 산들이 등산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봄의 향연이 펼쳐진 들머리 운교리)

 

그 중 갈은구곡을 품고 있는 아가봉과 옥녀봉을 걷기위해 길을 떠난다.

7000산악회의 원래 계획은 사은리에서 시작하여 아가봉과 옥녀봉을 거친후 갈은계곡으로 하산할려 했으나 도로 사정등을 고려하여 집행부는 운교리에서 시작하여 사기막골로 내려오는 코스로 변경하였다 한다.

들머리인 운교리는 산촌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마을은 막 겨울에서 깨어나 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는 파릇파릇 새싹들이 돗아나고 농부들은 농사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그 길을 이제 봄옷으로 갈아 입은 산악회 회원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 제법 된비얄이다.

 

 

(아가봉 가는 길 만난 매바위)

 

(매바위 인근에서 일행들과)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매바위이다.

매바위에서 조금 더 오르니 금새 아가봉에 도착이다.

백두대간이 장성봉 직전에서 막장봉으로 기운을 흘리면서 남군자산을 일으키고 다시 군자산을 일으키기 전에 서쪽으로 옥녀봉과 아가봉을 일으키고 달천이란 곳으로 맥을 가라앉힌다.

 

 

(아가봉에서의 맨발나그네)

 

아가봉(雅佳峰)은 원래 이름이 없는 산이었으나 능선상의 매바위 등 볼거리에 주목한 아가산악회가 자기들 산악회 이름을 붙여 아가봉으로 명명하곤 표지석까지 세우니 아가봉이라는 이름을 얻은 산이다.

조망은 그렇고 그렇지만 북동쪽으로는 군자산, 동쪽으로는 옥녀봉, 서쪽으로는 노적봉이 건너다 보이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산이다.

그곳 아가봉 정상부에서 조금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산행중 무알콜산행을 목표해 보지만 일행들과 즐겁게 산행을 하다보면 쉽지않은 일이다.

오늘도 소주, 막걸리, 맥주, 더덕주, 매실주에 포도주까지 얻어 걸치니 옥녀봉을 오르기 전 신선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산이 품고있는 갈은구곡의 제3곡은 강선대(降仙臺)이니 그 옛날 신선이 내려왔다는 곳이다.

논어에 일일청한(一日淸閑) 일일선(一日仙)<오늘 하루가 맑고 한가로우면 그 하루가 신선이 되는 것이다>이라 한다.

 

 

일일청한(一日淸閑) 일일선(一日仙)이 된 맨발나그네

 

반야탕에 젖어 강선대보다 높은 아가봉에서 옥녀봉을 마주보니 하루짜리 신선이 따로 없다.

내친김에 올해들어 처음으로 맨발이 되어 본다.

미처 등산화 담을 비닐봉지를 마련하지 못해 배낭 뒤에 등산화를 매달으니 옛 풍류객이 길을 떠날 때 개나리 봇짐뒤에 매단 짚신 짝이다.

지난시절 첫 맨발기록을 보니 2009년은 117일 광교산 이었고, 2010년은 27일 강능 괘방산, 2011년은 22일 옹진군 자월도 국사봉, 2012년은 318일 경주 남산이었으니 점점 더 맨발로의 첫산행이 늦어지고 있다.

계절탓인지 나이탓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선녀봉을 향해 떠난다.

 

 

(직벽 바위를 만나 세미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맨발나그네)

 

가는길 산이 너무 단조롭다고 투덜댈 즈음 로프가 매어달린 직벽 바위를 만나고 모두들 즐겁게 세미클라이밍을 하며 폼을 잡는다.

올해들어 처음 시도한 맨발산행이니 주인 잘못만난 발바닥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투덜대고, 밋밋한 산이기에 조금은 지루한 산행 끝에 만나게 되는 옥녀봉이다.

 

 

(옥녀봉 정상에서)

 

옥녀봉은 지금까지는 접근성이 좋지않아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시골처녀같은 순박한 산이라고 괴산군청 홈페이지는 설명하고 있다.

어째거나 소나무 참나무 등에 가려 조망은 좋은 편은 못되지만 나무와 나무사이로 군자산과 남군자산, 그리고 속리산 연릉등이 아가봉에서 보다 한결 가깝게 다가온다.

옥녀봉 양지바른 곳에 앉아 하늘나라 선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으련만 일행들중 후미그룹에 속하니 또다시 날머리인 사기막골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걷다보니 만나지는 곳이 갈은재이다.

좌측으로는 갈은구곡이요, 우측으로는 사기막골이다.

원래대로라면 좌측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갈은구곡은 조선 당쟁의 칼날을 피해 선비들이 숨어든 은둔의 계곡으로 교통까지 불편하여 아직까지 비경으로 남아 있다니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오른쪽 사기막골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온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충청도 양반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괴산에는 산막이옛길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최근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포함하여 갈은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50km에 이르는 충청도 양반길을 만들어 330일 일부를 개장 예정이라 한다.

개장에 앞서 걸어 본 충청도 양반길은 아마 산막이옛길에 뒤지지 않게 많은 탐방객이 찾으리라 본다.

비록 갈은구곡은 아니지만 맨발나그네되어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교향악삼아, 계곡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와 노랗게 피어난 생강나무 꽃을 벗삼아 걷고 있자니 하루짜리 신선이 분명하다.

충청도 양반길 한가득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진다.

가인(佳人) 아가봉(雅佳峰)과 옥녀들이 어딘가에 지켜 볼지 모르는 옥녀봉과의 데이트는 반야탕에 젖은 맨발나그네를 춘몽에 이르게 한다.

저절로 동무생각이 휘파람되어 새어 나온다.

휘파람 소리가 더 이상 안나도록 입술을 오물거린 후에는 입속에서 동무생각가사를 다시 주절댄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

나는 흰 나리 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하략)

비록 가사는 다 알지 못해 1절만 계속 주절대지만, 봄노래를 주절대며 겨우내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닥아오는 봄의 희망을, 봄의 생기를 맘껏 즐기며 걷는다.

누구는 매화꽃 만발한 남쪽지방으로 산행지를 잡지 않았다고 투덜대지만 나는야 이곳 괴산의 아가봉~선녀봉으로도 대만족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충청도 양반길에서 만난 생강나무꽃)

 

(봄내음 가득한 냉이와 쑥을 다듬고 있는 회원들)

 

 

(고향이 그리워 일 손을 도으면 봄내음을 맡고 있는 산7000회원들)

 

청라언덕이 아닌 괴산 충청도 양반길을 걸으며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옷을 갈아 입고 있는 밝고 희망찬 봄길을 걷는다.

날머리에서 회원들중 누군가가 캔 냉이와 쑥은 다시 한 번 계절이 이미 봄임을 실감하게 한다.

아니 그 곳에서 잠시 밭일을 돕는 회원들을 보니 모두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실감한 하루였다.

오늘도 회장인 따스한마음과 갑장인 소리새가 찍은 사진으로 내 글을 장식할 수 있어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 댓글 )

 

 

  • 병태

    오늘 하루가 맑고 한가로우면 그 하루가 신선이 되는 것이다라고 ...우리모두 신선이 되고지고..산행으로 맑고 깨긋이 정화된 몸으로...

    2013.03.26 14:19

  • 은미

    에라 농사나 짓지...우리가 살다가 너무 힘들면 하는소리가..그러나 막상 해보면 ..힘들죠? ㅎㅎㅎ
    충청도 양반길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2013.03.27 13:41

  • 유진

    나물 다듭는 아짐씨 아저씨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산행기 즐거웠네요. 2013.03.28 09:05

  • 이연

    냉이캐서 신이났네요. ㅎㅎㅎ 행복한 산행 참 즐거워 보입니다. 2013.03.29 20:22

  • 별이

    쑥국.쑥국..냉이국..봄의 향기가 온몸에 짜르르...즐거운 산행을 아주 값지게 마무리하시는 아짐씨들..건강하시라요. 2013.03.30 19:28

  • 숙녀

    네가 불러준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나의 영혼...아무리 삶이 팍팍하더라도 우리 항상 기억하고 살자..친구여..나의 그리운 친구들이여.. 2013.04.01 09:42

  • 소영

    나그네님의 산행기를 읽으면 지리공부, 역사공부, 잡다한 야사까지 통달할것 같아요. 너무 재미 있어요. 2013.04.03 11:13

  • 전사

    맞습니다 맞고요. 너무 재미있어 저두 두번씩 읽는답니다. 2013.04.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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