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기축년 설날 풍경

맨발나그네 2009. 6. 26. 18:53

            기축년 설날 풍경

 

  우리는 항상 일년에 두 번 정월 초하루를 맞는다. 그런데 두 번의 정월 초하루중 한때는 양력 정월 초하루를 강제적으로 지내게 한적도 있었지만, 수천년을 이어온 민족의 명절이 법이나 강제력에 의해서 될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이라고 하여 더 크게 명절로 생각한다.

  설은 새해의 첫 시작이다. 설은 묵은해를 정리하여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는 첫날이다. 이 '설'은 순수 우리말로써 그 말의 뜻에 대한 해석은 구구절절 하다.

  그 중 하나가 '서럽다'는 `설'이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이 `여지승람'이란 문헌에 설날이 '달도일'로 표기되었는데, '달'은 슬프고 애달파 한다는 뜻이요, '도'는 칼로 마음을 자르듯이 마음이 아프고 근심에 차 있다는 뜻이다. `서러워서 설 추워서 추석'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위와 가난 속에서 맞는 명절이라서 서러운지, 차례를 지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여 그렇게 서러웠는지는 모르겠다.

다음은 '사리다'[愼, 삼가다.]의 `살'에서 비롯했다 설(說)이다. 각종 세시기들이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한 것도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의 첫 시작을 경거 망동하지 말라는까닭이다.

  옛날 문헌들에 정초에 처음 드는 용(辰)띠 날 말(牛)띠 날 쥐(子)띠 날 돼지(亥)띠 날 그리고 2월 초하룻날을 신일(愼日) 로 적혀 있음을 근거로 하여 육당 최남선이 풀이한 기원설이다. 새해부터 처음 맞이하는 십이일을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이라 하여 여러 가지를 삼가며 조심할 것을 가르친 풍속이 있는 걸 볼 때, 매우 타당한 설이다.

  설'의 어원에 대해 또 다른 견해는 나이를 댈 때 몇 살... 하는 '살'에서 비롯된 연세설이다. 한국말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우랄 알타이어계에서 해가 바뀌는 연세를 '살(산스크리트語) · 잘(퉁구스語) · 질(몽고語)'이라 한다.

  산스크리트 말에서 `살'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 하나는 해가 돋아나듯 '새로 돋고 새로 솟는다'는 뜻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시간적으로 이전과이후가 달라진다는 구분이나 경계를 뜻하고 있다. 이 모두 정초와 직접 연관되고 있다.

  중국의 어원사전인 `청문엽서'에 보면 연세를 나타내는 `살'· `잘'은 세(世)· 대(代)· 세(歲)· 수(壽)를 뜻하고, 또 대나무나 풀이나 뼈마디를 뜻하는 절(節)의 어원이라고도 했다. '몇 살 몇 살' 하는 `살'이 그 연세의 매듭(節)을 짓는 정초를 나타내는 '설'로 전화됐음직하다.

  또한 설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다는 견해는 '설다. 낯설다' 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설(說)이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이다. 따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문화적 시간의 충격이 강하여서 '설다'의 의미로, 낯 '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이 '설날'로 정착되었다. 곧 묵은해에서부터 분리되어 새해로 통합되어 가는 전이과정에 있는 다소 익숙치 못하고 낯설은 단계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설은 동지로부터 시작하는 마무리 시기에서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새 시작의 설날을 정점으로 하여, 그리고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과 정월 대보름의 대단원까지를 한 선상에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학자들이야 이렇게 설의 어원이나 기원을 따질런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그냥 ‘설’명절이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도 온 가족이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요당리 시골집에 까치설날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전부 모이면 30여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니 시끌벅적 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올 기축년 ‘설’에는 눈까지 가득 내려 ‘설’을 축하해주지 않는가. 비좁은 집에서 30여명의 대가족이 1박2일을 지내자니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건만 그래도 각각의 일가를 이루며 살고 있는 형제들이 그 자식들과 함께 할 수있는 두 번의 명절중 하나이니 그 불편을 감수하며 모인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제 조카들도 다 장성하여 20세 미만의 조카라고는 2명, 손주손녀가 2명으로 모두 20세이상의 성인으로 가득하니 그야말로 온집안 가득 사람으로 넘쳐난다. 그래도 주방에서는 만두를 빚고, 전을 부치며, 여자들이 수다를 늘어놓고, 남자들은 여느집 풍경처럼 모여 앉아 고스톱 삼매경이다. 정말 남자들이 돕고 싶어도 주방이 터져나갈것 같아 자리를 같이할 공간이 없다. 이건 변명이 아닌 사실이다. 4명 정원의 고스톱에 5명이 끼어 앉아도 1명은 옆에서 구경을 해야 할 판이다. 남자 조카녀석들은 그래도 다행이 안마당의 눈을 치울 일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여자 조카애들은 그래도 지 어미들을 돕는다고 주방을 기웃거리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저녁 식사시간. 다시한번 전쟁을 치룬다. 일개 소대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을 두 개 늘어 놓았는데도, 3교대로 식사를 해야한다. 상위의 메뉴가 풍성하다. 고스톱만 치다 미안해진 아들들이 한마디씩한다. ‘너무 많이 차렸으니 다음부터는 그냥 몇가지만 차리라’고. 형수님이 한마디 거든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차린거니 그냥 맛있게 먹었노라고 칭찬이나 한마디씩하고 상을 물리라’고. 그래서 즐겁게 소주도 한잔하며 까치설날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남자들은 고스톱 삼매경, 며느리들은 누군가가 가지고 온 와인을 한잔씩 기울이며, 각자 가지고온 선물 나누기를 하며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조카녀석들은 한쪽에서 훌라게임에 열중이다. 우리 설날 민족놀이인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자치기, 연날리기가 있다지만, 우리 어릴적에는 제법 해보던 놀이이건만, 요즈음은 애들이나 어른이나 그저 화투 아니면 카드이니 애석하지만, 어떻하겠나? 시절이 그런걸.......

 

  아침 식사 전투를 치룬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기 위해 모여 앉는다. 아버지 연세 91세, 어머니 연세 88세, 두분 모두 기축년 한해도 건강하게 우리 옆에 계셔 주시기를 기원하며 먼저 아들들이 함께 세배를 드린다. 곳이어, 며느리들이 세배를 드리고, 어머니의 세배돈 지급이 있다. 물론 며느들한테만 지급되는 세배돈이다. 올해도 은행에 근무하는 손주며느리한테 부탁하여 빳빳한 신권으로 준비하여 일일이 편지봉투에 넣어진 세배돈이다. 그런데 작년 설부터 세배돈 이벤트가 있으니, 그것은 어느 한 봉투에는 일금 이만원이 아닌 만원권하나가 더 들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시는 어머니도 그 봉투가 어느 것인지 모르고. 그래서 작년에는 셋째 며느리가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올해는 그 기쁨을 다섯째 며느리가 누렸다. 그리고 이어진 손주 손녀 증손자 증손녀의 세배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의 세배돈 지출이 40만원이었다니, 매년 어머니의 세배돈 지급을 위해 아들들이 계라도 하나 묶어 드려야 할까부다.

 

  이어서 사랑채로 자리를 옮겨 우리 형제들이 자식들, 조카들, 손자손녀들한테 세배를 받는 순서이다. 시간절약을 위해 단체로 진행된다. 먼저 큰형내외가 좌정을 하고 남자애들이 세배를 하고, 다음으로 여자애들이 세배를 하고, 덕담을 하고 그리고 세배돈을 지급하고. 물론 세배를 받기전에 세배돈에 대해 아이들 몰래 비상대책회의가 있었으니 올해는 경제도 그렇고 하니 한명당 일금 일만원 정액제로 하기로 합의를 보고 들어간 세배행사이다. 그리고 둘째네 내외부터 일곱째내외네의 순서로 앉아가며 똑같은 순서로 세배받기 행사를 진행한다. 아주 어린 조카, 손자손녀들이 있어 그들이 세배돈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 우리도 같이 웃음꽃을 피워가며 이러저런 덕담을 나누고 우스개소리도 해가며 진행되는 세배행사다. 어머니가 그 옆에서 한마디 거드신다. “그래 보기 좋다. 앞으로로 계속해서 이렇게 우의있게 즐거운 가족이 되거라” 라고.

 

  발목까지 빠지는 눈속이라 산소 성묘는 생략이다. 정월 대보름 이전이면 괜찮다니까 날 잡아 다시 한번 모여 성묘를 하기로 한다.

점심 식사 전투를 다시 한번 치루고 제각각 옆지기네 집을 향해 떠난다. 아버지, 어머니 두분만 남겨두고....... 또 쓸쓸하고, 외로운 생활이 두분에게 닥아 오겠지만, 그것이 우리들 삶이니 어쩌겠는가?? 그냥 자주 찿아 뵐것을 마음속으로 약속하며 떠날 수 밖에......

                                                              (2009년 1월 26일 )

   
설에대한 공부도 잘했고. 선배님 명절보낸얘기 잘 읽었습니다...그렇게들 보내시는군요 ㅎㅎㅎ.잼있습니다..무엇보다도 어머님 아버님께서 건강하시니 좋습니다...올 한해도 멋진 선배님 자주 뵙길 바래고.가정에 화복이 깃들길 빕니다...저희 시댁은 성묘를 남자들만 다녀왔는데, 눈속에 애 어른 할것없이 아주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돌아와서 빨랫감이 수북합니다 ㅎㅎㅎ. 09.01.26 23:55
감사합니다. 향자님도 올해는 가족모두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할게요 09.01.27 20:21

보기 드문 대 가족 이시니.. 설날이면 대단하겠어요.. 우리집은 열댓명 모이는데도 내가 반 식모되어 도와 주어야 간신히 상 차려 지는데.. 역시 대가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요.. 09.01.27 09:18
그렇게 하여 가정의 평화가 온다면 당연히 해야지요. 뭐 일년 열두달을 하라면 못하겠습니까..........ㅎㅎㅎㅎㅎㅎㅎ 09.01.27 20:22

누가 있어야지 요 나혼자인데 정반대인데요 우리는 모여도 고스톱 칠 숫자가 모자라는데요 빌려주세요 ㅎㅎㅎ 09.01.27 09:47
그럴땐 옆지기님, 애들과 함께 윷놀이등이 좋고요......... 전 가끔 집에서도 애들이랑 훌라게임도 하곤하죠....... 물론 적은돈이지만 돈을 걸고........ 09.01.27 20:24

화목하고 즐거운 대가족의 설맞이를 잘 보았읍니다....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즐거운 한해 되세요^^ 09.01.27 10:54
건전님도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09.01.27 20:24

91,88 세 부모님 ! 일곱째 가족 까지 모두 모여 세배 나누고 - - - 요당리 은행나무와 더불어 풍요로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09.01.27 11:05
하도 많은 가족이라 번거로울때도 있지만 일년에 두번 명절은 집에서 1박2일을 하죠. 남어지 집안행사는 되도록이면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고요........ 남어지 행사까지 집에서 하면 여자들 등살에 형제들이 고달플거 같거든요........ㅎㅎㅎㅎㅎ 09.01.27 20:27

명절이라는 의미를 새삼 더 깨닫게 되는대가족이네요..그많은 자식들 떠나보내는부모님이 안타까울만두..자주 뵈러 가세요 . 09.01.27 18:07
하긴 옛날의 명절 같지 않아 이렇게라도 모이지 않으면 가족이라는 개념이 얕아질거 같기도 해요.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일이니 그분들이 우리 곁에 있는한 계속되어야 겠지요 09.01.27 20:28

고향에 (요당리) 오셨다가 가셨군요, 저에 집에 함 들려서 쇠주 한 잔 하구 가시지. 저의집은 늘원 휴게소 옆에 하늘땅 부동산입니다, 찿기 쉽죠, 09.01.27 20:03
그렇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들릴게요 09.01.27 20:29

옛날 우리 전통적이고 모범적이고 다복하신 가정을 보았어요 덩달아 제가 선배님가정을 통해 기쁨을느꼈답니다 연세많으신 부모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09.01.28 15:28

공부 많이 했습니다...첫날에대한 공부를해야 한해가 수월할테니...ㅎㅎㅎ 가족간 화목이 첫째이며 둘째도 화목...계속 이어가세요... 09.01.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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